2007년 12월 09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사실 DMB는 IT강국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보여준 자랑스러운 사례 중 하나이다. DAB (Digital Audio Broadcasting)이라는 디지털 오디오 기술에 영상 기술을 접목시키고 고도화시켜 세계 최초로 모바일 방송을 상용화한 쾌거를 이루어냈고 지금도 외국에서는 한국의 DMB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DMB업계가 처한 현실은 참담하다. 위성DMB사업자인 TU미디어의 가입자는 작년 말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올해는 127만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 가입자가 250만에는 이르러야 독자생존이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요원한 일이다. 지금까지 누적적자가 2355억원에 이르고 2008년초에는 자본잠식의 위기에 몰려있다. 지상파DMB도 문제가 크다. 단말기는 800만대에 가깝게 팔렸으나 무료서비스인 관계로 수입원은 오로지 광고인데 광고매출은 많아야 월 1억 수준이라서 업체별로 매월 수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DMB가 어째서 이런 지경까지 몰리고 고사위기에 처하게 되었는가?
정책의 총체적인 실패를 빼놓고는 이 문제의 해답을 찾기 어렵다. 우선 위성 DMB와 지상파 DMB라는 두 가지 서비스를 처음부터 모두 욕심을 냈던 것부터가 문제였다. 2005년 불과 반년의 차이를 두고 두 서비스를 모두 도입함으로써 어느 한쪽도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그리고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희한한 논리로 지상파DMB를 무료로 서비스하도록 한 것이 큰 문제를 야기했다. 오직 광고로만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 지상파DMB업계는 곧바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고 반면 위성DMB는 '무료 DMB도 있는데 굳이 돈 내가면서 지상파방송도 안나오는 것을 보아야 하나?'라는 소비자의 회의적인 시선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단말기 사업자만 1000만대에 가까운 단말기 판매 호황을 누렸을 뿐 막상 DMB사업자는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방송위원회의 우유부단함과 시간끌기도 비난 받을 부분이 많다고 본다. 위성 DMB 사업자인 TU미디어가 줄기차게 요청한 지상파 재송신에 대해 처음에는 불가입장을 표명하다가 방송사업자와 직접 합의를 해오면 허용해주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마침내 MBC측과 합의를 했다고 승인을 신청했더니 갑자기 계약 내용이 전국 재송신이 아니니 다시 생각해 보겠다며 시간을 허비하다가 이번에 전국 재송신으로 변경 신청했더니 더 이상 지연할 명분이 없었는지 승인을 해준 것이다. 그 사이 2년반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미 TU미디어의 어려움은 무거워질수록 무거워진 상태이다.
결국 '무료서비스는 유료서비스를 잡아먹고, 그 무료서비스는 비즈니스모델이 없어 쓰러진다'는 불길한 예측이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이제라도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에서 중심을 잡고 종합적인 개선책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렇지않고 차일피일 개선대책을 미루기만 한다면 두 개의 첨단 서비스가 모두 같이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것은 결국 대한민국의 손해로 귀결될 것이다. 사실 자기나라에서조차 사업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신기술을 선뜻 도입하려는 외국이 있겠는가?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가능성있는 수출산업을 놓치게 될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까지의 정책적 실패는 차치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실기할 여유는 없다. 조속한 대책과 과감한 실행이 있어야먄 DMB산업의 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 by | 2007/12/09 01:33 | 트랙백 | 덧글(0)



